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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버스: 여정의 시작 (XR 프로젝트)
확장현실과 마이티 버스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은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아우르는 용어로서, 현실의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당신의 휴일⟫에서 선보이는 ⟨마이티 버스⟩는 확장현실을 매개로 관람객의 경험을 확장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단순하게 예술 작품에 확장현실 기술을 적용하여 차별화된 감각을 제공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미술관의 맥락에서 확장현실의 의미와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다.
프로젝트 갤러리 1에 들어서면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복합 설치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구성하는 수많은 조형물을 마주하게 된다. 관람객은 태블릿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실제 작품 위에 증강된 가상의 사물을 자유롭게 조합, 재구성, 변형할 수 있다. 1972년, 이반 서덜랜드가 손으로 직접 점과 선을 그려가며 자동차를 가상의 사물로 재현한 이후, 사물과 공간을 인식하고 가상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사람의 눈과 손을 떠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통해 계속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전시 공간 자체를 확장현실 세계로 편입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확장현실 세계에서 한 명의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사물은 동시에 다른 관람객에게 보이고, 개별의 상호작용은 동기화되어 하나의 가상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제 관람객이 경험하는 화면은 가상의 사물을 불러와서 보여주는 화면으로부터 확장현실 세계 안에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고 재창조하는 공동의 인터페이스로 진화한다. 미래의 확장현실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만을 위한 체험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과 가상의 정보와 관람객 경험을 촘촘히 잇는 거대한 유니버스로 작동한다. ⟨마이티 버스⟩를 통해 관람객은 태블릿 컴퓨터의 화면에서 가상의 사물을 창조하고, 창조된 사물은 가상현실 기기로 접속 가능한 아카이브에 진열된다. 한편 웹사이트에 접속한 관람객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가상 공간에 개입한다. 전시장의 증강된 가상 공간(⟨마이티 버스 AR⟩), 가상현실 내의 가상 공간(⟨마이티 버스 VR⟩), 온라인의 가상 공간(⟨마이티 버스 Web⟩)은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지만 모두 ⟪당신의 휴일⟫의 확장현실 플랫폼 위에서 정보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관람객이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은 전시장, VR 공간, 온라인 공간에서 사물과 공간의 정보 값을 변형하는 과정이며, 이 모든 정보가 동일한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됨으로써 경험의 연결과 공유가 가능해진다.
확장현실 세계에서 미술관은 실제 혹은 가상의 작품을 보관하는 저장소가 아니라, 관람객 경험이 남기는 수많은 데이터를 흐르게 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관람객은 모바일, 태블릿 컴퓨터, HMD, 웨어러블, 스마트글래스 등의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장현실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관람객이 수장고부터 전시장, 교육 공간까지 모든 공간에 언제 어디서든 접속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지만 연결된 미술관이다. 관람객이 요청하고 제공받는 정보, 생성하는 데이터, 참여하는 모든 과정이 확장현실 플랫폼의 로그(log)로 남을 수 있고, 관람객이 참여하는 창작, 수집, 감상의 기록이 물리적 제약을 떠나 동기화된다면 이제 ‘미술관을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한다’는 말의 의미는 적잖이 변할 것이다. 확장현실이 여는 가능성의 미로에서 방향을 잡는 일은 기술의 적용 범위가 아닌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확장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 ⟨마이티 버스⟩는 확장현실이 그릴 수 있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미술관’ 중 하나일 뿐이므로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여러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