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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
레벨나인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 에필로그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를 선보였다. 이번 미디어 작업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소장 자료를 매개로 하여 관람객이 박물관을 방문하는 오늘의 시간과 소장 자료가 품은 시간을 다시 연결하고 재구성한다.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는 “시간의 벽”, “일력 만들기”, “일력 갤러리”로 이루어진 공간이며, 각각은 서로 연결되어 역사 속 수없이 많을 ‘지금 시간(Jetztzei)’을 가리킨다. 오늘날 박물관 속 역사는 복잡한 기억의 더미들로 남겨져 있다. 그리고 박물관이 수집하는 수많은 자료는 우리에게 기억해야 할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각 자료가 자아내는 기억을 살펴보면 어쩌면 역사의 시간은 외워야 할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가끔은 색, 모양, 그리고 무척이나 추상적인 감정과 가깝게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 미디어에서는 관람객이 소장 자료를 만나는 과정을 ‘시간과 기억으로 하는 놀이’로 보았다. 선형적인 역사와 유물의 나열로 기억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아닌, 관람객들이 찾은 우연과 파편의 시간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억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시간의 벽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메시아적 시간의 단편들이 박혀 있는 ‘지금 시간’으로써 현재의 개념을 정립”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의 ‘시간의 벽’이 기록의 더미를 보여주는 방법은 공허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현재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 단편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언가 검색하고, 결과를 내는 구조적인 필연성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각각의 단편들이 구성하는 우연성을 시각화한다. 같은 패턴의 영상이 반복되지 않길 위한 장치이며, 재귀 알고리즘(recursive algorithm)으로 구현한다. 재귀 알고리즘의 프로그램 코드는 다양한 색의 사각형을 만들어내고, 함수 내부에서 함수가 자기 자신을 계속 호출해서 끊임없이 반복하며 이 시간의 사각형을 쪼개고 쪼갠다. 이때 관람객은 5미터에 달하는 ‘시간의 벽’ 앞에서 매 순간 다른 색과 크기의 단편들을 마주하게 된다. 벽면에 투사하는 모든 사각형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큐레이션 한 유물 자료와 관람객이 생성한 ‘일력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관람객은 벽면을 터치하는 제스처로 이 이미지들을 잠깐이나마 멈출 수 있다.
일력 만들기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의 ‘일력 만들기’ 키오스크는 에필로그를 체험하는데 있어 시작점이자 에필로그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지점이다. 관람객은 색, 도형, 단어를 단계별로 선택하게 되고, 대한민국의 시간이 담긴 유물 자료를 하나의 일력 이미지로 받는다. 정지된 시간이 ‘일력’으로 표시되어 있고, 관람객은 그 위에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추가하는 방법으로 개인의 감정과 기억의 순간을 표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력은 ‘시간의 벽’과 ‘갤러리’, 그리고 이메일로 발송할 수 있다.
일력 갤러리
‘일력 갤러리’는 관람객들이 만든 일력을 감상하거나, 검색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로 새롭게 탄생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소장자료를 탐색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갤러리 미디어에서는 관람객이 만든 일력을 출력할 수 있는데, 출력되는 순간에만 지금의 시간으로부터 떨어진 과거의 시간이 무수히 많은 날의 합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시간과 기억으로 하는 놀이’에서 역사와 시간이 가지는 길이는 무의미하며, 결국 시간을 바라보는 기억의 색, 모양, 감정만이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